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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9. 2021

선운사에서 - 최영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 - 최영
=========================
잠깐입니다.
지난한 세월은 견뎌
꽃봉오리를 피어냄도 잠깐이었고
그 꽃들이 지는 것도 잠깐입니다.
해 뜨면 피어나고
비 오면 지고 맙니다.

그리 피고 지고,
오고 가는 세월이지만,
당신을 잊음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옴은
꽃 피듯 눈 뜨듯 그리 순간이지만,
그대가 지워짐은,
그대가 잊힘은,
쉽지 않습니다.

선운사 동백꽃이 후드득 떨어져도,
그대 닮은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피어 있습니다.

어느 하늘 아래
어느 길목 끝에서
여전히 고운 미소로
여전히 조용한 걸음으로 걷고 있을
당신을 그리워해 봅니다.
이 비를 당신도 보고 있을지,
저 달빛을 당신도 받고 있을지,
손끝을 스치는 이 바람에
당신의 체온이 스며 있을지,
영영 잊기 어려운,
영영 잊고 싶지 않은,
그런 당신이 그리운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들의 애틋한 하루를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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