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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7. 2021

봄비 - 김소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봄비/김소월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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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름 날씨인듯하더니만 며칠 동안 흐리고 비가 오면서 다시 선선해졌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게 영락없이 봄날의 날씨입니다.
계절은 아직 봄이었나 봅니다.

그 봄날에 봄비가 내려줍니다.
처마 밑 낙수 소리가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바닥에 젖는 빗줄기를 보며 김소월 님의 봄비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이 시는 해마다 이맘때 봄비 내릴 적엔 어김없이 써 보게 되네요.

그렇게 비는 오고 꽃은 갑니다
그렇게 세월은 오고 봄은 갑니다

가는 봄은 꽃자리에 앉아 웁니다.
가고 오는 것이 계절인데
그래도 떠나면 서러운가 봅니다
주춤대며 머뭇대며
피운 꽃자리마다 설운 눈물 한 자락 흘려댑니다.
여름엔 피어난 꽃을 보며
봄을 기억하겠지요
초록빛 잎을 보며
봄날의 눈물을 기억하겠지요.

떠나는 봄날의 촉촉한 눈물에 젖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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