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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31. 2021

내 마음 내가 긁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사람의 마음속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매일 피고 집니다. 그런 생각들이 서로 얽히고설키고 꼬이고 풀리곤 하죠.
어떤 일에 신경을 쓰면 그런 생각 덩어리들이 내 마음 안에서 덜그럭 거리며 부딪힙니다.

신경을 쓰는 일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겁니다.
마음을 두고 걱정을 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쓸데없는 곳에 집착하여 예민해지는 일이기도 하죠.
사람에게 마음 씀은 둥글둥글 부드러운 마음에서 비롯되기에 내 마음을 그리 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집착과 예민에서 비롯된 생각들은 끝이 뾰족한가 봅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내 속을 긁어댑니다.

때론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을 혼자 마음 쓰며 힘들어합니다.
때론 무시해도 될 사람을 혼자 걱정하며 힘들어 힙니다.
다 내 마음을 내가 긁는 일입니다.
굳이 내 생각을 뾰족하게 만들어 내 속을 긁고 있으면 결국은 내 손해입니다.
기진맥진 상처 입는 건 내 마음뿐입니다.

환경이 바뀐 곳에 공동생활에 거슬리는 상황들이 몇몇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러려니 하면 될 일 이기도 합니다. 내 없이도 몇 해를 그리 지내온 일들이기도 할 겁니다. 알량한 정의감에 마뜩지 않은 주변 일들을 보며 괜스레 내 속만 상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내가 마음을 도닥거려 줍니다.
괜스레 제 속을 저 혼자 긁지 말고 내려놓으라 합니다

그러게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내 속을 나 혼자 긁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내 마음에 난 상처의 반쯤은 내가 스스로 낸 상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다 내 마음 두기 나름입니다.
벌겋게 상처 입은 내 손자욱 새겨진 마음을 보면서, 내 마음을 다시 한번 다독거려봅니다.

세상 모든 아픈 마음들의 따스한 치유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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