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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23. 2021

상처를 보는 눈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넓이와 깊이와 끔찍함을.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자신이 겪은 것과 비슷한 상처가 보이면 남보다 재빨리 알아챈다. 상처가 남긴 흉터를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이기주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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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부위를 소독하러 통원치료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코 시국이지만 여전히 복잡한 병실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수술한 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으니 움직이기 불편하여 병원 휠체어를 빌려서 앉아 있었습니다.

깁스를 한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떤 아주머니가 '발목 수술했나 보네..' 하며 아는 척을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신도 발목 수술을 한 지 일 년이 지났다며 수술부위도 보여줍니다.

치유가 얼마나 걸릴지 궁금하던 차에 열심히 이야기해주는 아주머니의 말을 도움이 될까 하여 눈을 반짝이며 들어봅니다.

낯선 사람이지만,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갖고,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치유와 인내의 시간을 그대로 겪을 이를 위해 그렇게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해 줍니다.


이기주 님의 '상처를 보는 눈'이란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이를 쉽게 알아봅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를 쉽게 알아봅니다. 그 아픔 속에서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이해합니다.


단지 몸의 아픔뿐일까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를,

사랑에 아파하는 이를,

짙은 그리움에 마음 저리는 이를,

시린 외로움에 잠 못 이루는 이를,

깊은 수렁 앞에서 주춤대는 이를,

그 상처를,

그 상처가 남긴 흉터를,

훈장처럼 가슴에 깊이 새겨진 내 흉터를 꺼내 보여주며,

아파하는 그들을 위로합니다.

그렇게 주고받는 공감의 시선에 우리는 또 위로를 받고 힘을 냅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견디어 냅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고마운 하루입니다.

따스한 시선이 감사한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낮고 외로운 곳의 아픈 몸과 마음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저녁노을 같은 따스한 위로가 함께 하길 기원해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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