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나무 - 류시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새와 나무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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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식이 있는 토요일 오후,
하늘은 잔뜩 낮게 내려오고, 저 남쪽부턴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불어옵니다.
구릉 구릉 하늘은 으르렁거리고, 새들은 바쁘게 날아다닙니다.
창 밖에는 제법 큰 소나무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보통 때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부지런히 와서 떠들다 가곤 합니다.
그런데 이리 날씨가 흐려지면 감쪽같이 새들은 사라집니다. 그 많던 새들은 다 어디로 날아가는지,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저녁엔 큰 비 소식이 있던데 다들 무사히 잘들 숨어 있겠지요
몸을 피한 새들을 보며,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류시화 시인의 '새와 나무'를 그려봅니다.
시인의 말처럼,
그 어느 시절, 그렇게 마음속엔 저마다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았겠지요.
그렇게 가지를 흔들어대고, 집을 짓기도 하고, 새는 날아오고, 또 날아가곤 했을 겁니다.
그 새들은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여전히 날고 있을까요.
아니면, 어느 높은 가지 위에 둥그런 집 지어 앉아 있을까요.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에 젖는 나뭇가지를 보며, 내 마음의 나뭇가지도 후드득 흔들어 봅니다.
시작하는 장마의 시기에, 비 피해 없이 건강한 날들이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