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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14. 2021

추억 소품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써볼까 하며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우연히 추억을 회상하는 어떤 글을 봤습니다.

'이 물건 알면 아재 인증!'이라 써 놓은 글인데 들어가 보니 저는 모르는 물건입니다.

제가 아재가 아닌 게 아니라, 제 아이 때나 썼던 물건인 듯 하니 저는 전혀 모르는 품목이더군요.

저는 아재를 넘어 할배로 가나 봅니다.


그 글을 보다 문득 내 아재 인증할 추억의 물건은 무얼까하며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시절 먹던 유리병에 담긴 우유가 생각나네요.

상표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작은 병에 담긴 고소한 우유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뚜껑이 종이로 되어있어, 젓가락이나 손가락으로 밀어서 따먹는 형식이었죠. 살살 조심스럽게 요령껏 열지 않으면 , 우유병 입구로 쑥 하고 손가락이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죠. 그래도 손가락 한번 쭉 빨아먹으면 그만이던 , 위생관념은 빵점이었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던 그 시절의 병우유입니다.


그리고는 얼마 후 획기적인 신문물이 등장했죠.

바로 삼각 우유.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말이지요. - 물론 가끔 터진 우유들도 있었어요-  

더구나 쵸코 우유였을 것으로 기억되는 달콤한 맛의 갈색 우유는 배고프던 어린 시절, 선망의 품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당번 두 명이 짝지어 나가서 우유와 빵을 받아오던 장면이 저 어릴 적 필름 한 구석에서 돌아갑니다.


그 당시 학교 무상급식으로 모든 아이들이 다 먹었었는지, 아니면 못 먹는 아이들도 있었고, 나의 시선은 남들 먹는 걸 구경하던  입장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젠 그 필름의 장면도 흐릿해집니다.

배경이나 주변의 인물도 흐릿합니다.

그렇게 세월은 추억으로 감겨 들어가는 건가 봅니다


더운 여름날,

덜 움직이려 가만히 앉아있다 보니, 그렇게 훌쩍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에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추억 소품 하나씩은 가슴속에 두고 있겠요.

여러분은 어떤 물건이 추억으로 데려가는 소품인가요.


여행 다니기도 힘든 코시국의 무더운 여름날,

우유 한잔 꺼내놓고 추억 여행이나 같이 다녀와 볼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속 애틋한 추억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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