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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13. 2021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 박노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봄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심었다

알을 품은 비둘기랑 꿩들이 반쯤은 파먹고

그래도 옥수수 여린 싹은 보란 듯이 돋았다


6월의 태양과 비를 먹은 옥수수가

돌아서면 자라더니 7월이 되자 어머나,

내 키보다 훌쩍 커지며 알이 굵어진다.


​때를 만난 옥수수처럼 무서운 건 없어라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맑은 눈빛도 좋은 생각도

애타고 땀 흘리고 몸부림쳐온 일들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시련과 응축의 날들을 걸어온

작고 높고 깊고 단단한 꿈들도


때를 만난 사람보다 강력한 것은 없으니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네 눈물도 희망도 간절한 사랑도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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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를 읽으며 냉동실에 얼려놓은 옥수수 하나를 꺼내 봅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데워서 갓 찌은 느낌이 나는 옥수수를 크게 한입 베어 물어봅니다.


옥수수만 그럴까요.

세상 만물은 그러한가 봅니다

겨울을 지낸 언 땅 사이에서 씨는 뿌려지고,

여린 싹은 자라고,

6월의 태양과 비를 먹고

뜨거운 바람 속의 7월 어느 날,

그렇게 제법 실한 열매를 보여줍니다.

꽃은 피고, 열매는 자라납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만물이 그렇듯,

옥수수가 그렇듯,

우리의 청춘들도

젊은 마음들도,

불안한 초봄의 시간을 지나,

시련과 응축의 날을 견뎌,

그 맑은 생각과

그 짙은 눈빛이

7월의 어느 뜨거운 태양 아래에

때를 만난 사람처럼,

희망도,

간절한 사랑도,

그렇게 쑤욱 자라 있으면 좋겠습니다.


흔들리던 마음이 어느새 뿌리를 내려

여름의 장마에도

가을의 태풍에도

그렇게 세월을 견디어

열매를 맺고,

그렇게 나이테 하나 짙게 새겨내며

쑤욱 자라나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청춘들의 내딛는 걸음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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