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그날이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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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입니다.
시인이 그날이오면 이란 시에서
두개골이 깨져죽어도
이 몸의 가죽으로 북을쳐서라도 반기리라던
그 광복절입니다.
작년 광복절에도 이 시를 적어본 기억이 납니다.
긴 억압의 세월,
그 어른들이 그리 지켜 낸,
그 어른들이 그리 소원한,
우리 대한민국의 광복절입니다.
비록 거꾸로 돌아간 세월은 있을지라도,
비록 청산하지 못한 불합리가 있을지라도,
비록 여전히 욕심에 찬 매국노가 활개하더라도,
비록 태극기 펼친 손이 낯설더라도,
그렇게 지켜온,
죽음으로 얻어낸 대한의 광복입니다
삼각산은 침묵하고
한강물은 조용해졌어도
오늘은 그날 광복절입니다.
대한민국의 광복에 힘쓰신 모든 선열들께 감사하고, 그 시절 안타깝게 희생하신 모든이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