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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16. 2021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 나희덕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를 맞은 채 앉아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그림자

아직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하늘 한 조각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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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뜨거운 폭염에 헐떡거리는데, 아직 여름도 시작도 안 했답니다.

더 뜨거운 더위가 온다니 큰일입니다.

일기예보에 잠깐의 소나기 소식이 있기에 기다려 봅니다. 잠깐의 빗방울이 이 뜨거운 공기를 식혀 주길 기대하며 말이죠..


나희덕 님의 시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비에도 그림자가 있다'입니다.

비에서 그림자를 발견하는 시인의 반짝이는 시선이 참 부럽습니다.

그러게요.

세상 모든 만물에 그림자가 있는데, 비에도 당연히 그림자가 있을 겁니다.

비 온 뒤 세워졌던 차가 빠져나간 주차장의 바닥에,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에 몸을 기대던 노점상 할머니의 웅크린 몸 아래로,

길가에 세워진 커다란 파라솔 아로,

그렇게 비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 잠깐의 순간에 시인은 비의 그림자를,

하늘의 마른 한 조각을 들여다봅니다.


부는 바람조차 뜨거워진 칠월의 오후,

건강 유의하시고, 작은 그늘 하나 찾아 쉬어가는 평화로운 오후이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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