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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21. 2021

잠룡물용 潛龍勿用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가 흔히 점술책으로 알고 있는 주역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단지 앞날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살아가면서 시간과 공간과 인간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철학서라 생각합니다.


그 주역의 한 구절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용 潛龍勿用

직역하면 '잠쓰지 말라'이지만, 풀이하자면 인격을 갖추지 못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이는 뜻을 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인간사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러한 일들이 많습니다.

인격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소양이 채 준비되지 않은 이가, 시기적인 기회만 포착하여 세상에 나와 우연히 지도자의 자리에 앉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속의 교만과 욕심이 자리의 무게를 넘어서 결국은 세상에 피해를 주고 스스로도 말년이 비참해지는 일도 많았습니다.


세월이 잠룡들을 들쑤셔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준비된 현룡과 비룡들을 따라, 채 준비 못한 잠룡들도 마음이 앞서 고개를 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현룡이라 생각하여 뛰어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급하고 헛발질도 합니다. 채 감추지 못한 치기가 드러납니다. 그러다 결국은 무르익지 않은 속살에 상처 입은 채  크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어쩌면 준비 안 된 잠룡을 들쑤시는 주변의 무리들도 그 파국에 책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신중해져야 하는 시기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바로 보고 바로 생각해야 할 시기입니다.

스스로 비룡이라 생각할 모든 잠룡들의 마음에 교만과 욕심 대신에, 참회와 지혜가 자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와 지혜가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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