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 황동규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저 매미 소리
어깨에 날개 해달기 위해 십여 년을 땅속에서 기어 다닌
저 매미의 소리
어깨 서늘한,
나도 쉰몇 해를 땅바닥을 기어 다녔다
매년 이삿짐을 싸들고
전셋집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꿈틀대며 울기도 고개 쳐들고 소리치기도 했다.
어두운 봄꽃도 환한 가을산도 있었다.
이제 간신히 알게 된 침묵,
쉰몇 해 만의 울음!
매미 -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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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화분에 물을 주다가 매미가 탈피한 껍데기를 보았습니다.
한 여름이기에 매미는 자주 보았지만, 탈피하고 남은 껍데기를 보는 건 드문 일이었습니다.
정확하게 그다음 날부터 사방에 매미들이 울기 시작합니다.
뜨거운 폭염을 견디고 세상에 나와
일곱날의 생애의 목청을 마음껏 울려댑니다.
시인은 그 매미의 울음에서 쉰 몇해만의 나의 울음을 듣는다 합니다.
땅을 기어 다닌 숱한 세월의 우화를 거쳐
쉰 몇해만에 이제 비로소,
그 울음을 터트립니다.
매미가 남겨놓고 떠난 탈피한 껍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어쩌면 이 껍질은,
지난한 세월을 견디고 버틴 그 긴 침묵 뒤에,
울음 터트린 우리네 뒷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떠드는 저 매미의 울음소리 속에서, 우린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우린 오늘 어떤 울음을 터트릴까요.
세상 모든 낮은 곳에서,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그 탈피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