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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1. 2021

장마 - 박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그곳의 아이들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 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중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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꿉꿉한 기온과 무거운 바람이 어제 저녁내내 목덜미를 휘감더니만,

비가 오려 그랬나 봅니다.

뉴스에선 장마가 시작이라 합니다.

이번 주 내내 이런 비 소식이 있다 합니다.


달궈진 대지를,

끓어오르던 마음을,

지친 발길을,

이 장마가 식혀주려나 봅니다.


창문을 열어 봅니다.

빗소리를 머금은 상쾌한 공기가 들어옵니다.

창틀에 부서져 날아오는 빗방울 파편조차 반갑습니다.


반가운 빗방울을 적셔,

박준 시인의 시구절 한 마디를 그려봅니다.

비가 내리는 여름엔,

이 장마엔,

어김없이 빗방울에 붓을 적시게 하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계신 곳에도 이 비가 내리는지요

당신이 계신 곳에도 이 바람이 부는지요

당신이 계신 곳에도 이 마음이 보이는지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낮은 하늘 아래 어느 외로운 불빛 아래에서도, 그리운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포근한 평화가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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