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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31. 2021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계절은 그렇게 또 전환점을 맞이 합니다.

이 비가 그치면, 날씨는 훌쩍 가을로 접어들까요.


그렇게 계절이 훌쩍 지나가듯, 우리의 세월도 그렇게 지나갑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 뒤를 돌아보면 저만치 우리의 젊음이 흘러갑니다.


흘러가는 우리의 젊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기형도 시인은 부끄러움 가득한 회한의 숨을 쉬며 젊음을 돌아보았나 봅니다.


기대와 자신감과 불안과 절망이 뒤엉켜 파도치며 보내온 젊은 시절,

시인은 그 역동의 젊음을 헤어나가던 동력이 질투의 힘이었다 합니다.


기성에 대한 질투와,

앞서 달리는 자들에 대한 질투와,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와,

완성된 사랑에 대한 질투와,

떠나버린 사랑에 대한 질투와,

기대 없던 희망에 대한 질투로

달려온 시간이었을 겁니다.


떠나가는 젊음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건,

'미친 듯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정작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음'이라 합니다.


단지 젊은 시절뿐일까요.

지금의 나의 모습 앞에서도,

과연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을까요.

하루에 지쳐 어깨를 늘어뜨린 거울 속 나에게,

수고한다 사랑한다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오늘의 나와는 시선을 마주하며 바라볼 수 있을까요.


부끄러운 세상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함조차

부끄러움이 되지 않은 시간.

그 부끄러운 하늘 아래에서

마주한 나 자신에게

오늘은 한마디 건네 보렵니다.

'사랑한다.'


비가 촉촉이 적셔주는 오늘,

세상 모든 이들이 사랑스러운 자신을 마주하는 오늘이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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