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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25. 2021

어땠을까 - 싸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나의 옛사랑 옛사람

가끔 난 너의 안부를 속으로 묻는다

그리고는 혼자 씩 웃는다

희미해진 그때의 기억을 빈 잔에 붓는다

잔이 차고 넘친다

기억을 마신다

그 기억은 쓰지만 맛있다

그 시절 우리의 도수는 거의 웬만한 독주보다 높았어

보고 또 봐도 보고팠어

사랑을 해도 해도 서로에게 고팠어

목말랐어

참 우리 좋았었는데 헤어질 일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 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 싸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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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좋습니다.

가을볕이 따스합니다.

아직은 낮의 햇살은 여름의 기온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점점 그 빛에도 가을의 물이 들어갑니다.


꽃을 채우지 않은 작은 화분들이 있었습니다. 투박하게 빚어 구운 제 각각의 사연을 담은 녀석들이라 마음에 들어 하는 녀석들입니다.

옥상 화단에 지붕 아래 담벼락에 작은 상자위로 녀석들을 보기 좋게 올려놓고 정리해 놨습니다.

이사 오기 전 이리저리 굴러 다니던 것들이, 가을바람 살랑이는 이 공간에선 제법 어울렸지요.

그리 진열해 놓은 녀석들이 엊그제 비 오는 날 센 바람 탓에 몇 개가 떨어져 깨져버렸습니다.

'그냥 방 안 책상에 놓았어야 했나...'

'이삿짐 박스에서 꺼내지 말고 그냥 넣어놨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에 반토막이  화분을 집어 들고 끌탕을 해봅니다.


후회하고 미련을 갖는 것이 깨져버린 화분만 그럴까요.

살아온 우리네 인생도 그럴지도 모릅니다.

가수 싸이의 노래 한 구절에도 그런 대목이 나옵니다

'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을까...'

미련과 아쉬움에 상념이 가득하다 보면

그렇게 상상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때 그랬더라면 하고 말이지요

그런 게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그런 게 우리네 살아가는 마음일까 봅니다.

오죽하면 영화에서도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만들어,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고, 동시에 여러 모습으로 살아보고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까요.

모든 사람이 비슷한 마음인 게죠.


깨져버린 화분을 치우며 마음을 털어봅니다.

어쩌면 우리 삶이라는 건 생긴 대로 흘러왔을지도 모릅니다.

옥상에 올려놓은 화분도 때가 되어 깨지듯,

다른 선택을 했어도 살아야 할 삶은 이렇게 살아졌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의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의 결과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지금 내가 보는 이 순간의 하늘이 가장 좋은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마음을 나누는 우리의 순간이 가장 잘 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련과 공상으로 어수선한 마음에 시원한 가을바람 한 줄기 넣어 봅니다.

따스한 가을 햇살 한 조각 넣어봅니다.

여러분 모두의 마음에도 평화로운 가을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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