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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27. 2021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하늘은 한 뼘씩 높아집니다.

바람은 한 걸음씩 빨라집니다.

대나무 끝에 앉은 잠자리가 분주합니다.

그렇게 가을입니다.


이 가을,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는 어쩌면 가을을 맞이하는 주문일까요. 습관처럼 외우게 됩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겸허한 모국어의 기도가 충만할,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의 시간일,

혼자인 영혼의 조용함이 온몸으로 느껴질,

그 모든 기도에,

그 모든 사랑에,

그 모든 고독에,

당신을 그려보는

이제

그런 가을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가을을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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