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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29. 2021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

써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 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거린다


물 다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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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우체통은 그저 보기만 하여도 괜스레 마음이 말랑거립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소식이 내게 올 것만 같고,

내 소식 담은 편지 한 장 누군가에게라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시인의 마음도 그랬을까요.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야 할 사람은 우체국 앞이면 좋겠다 합니다.

괜스레 우체통 앞에서 우표 한 장 만지작 거린다 합니다.


휴대폰 속 메일로 안부를 묻고, 카톡 한마디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요즘의 세상과는 사뭇 다른 감성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우체통 보기도 흔치 않습니다.

손편지를 써 본 지도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몇 번을 고쳐 쓴 편지를 고이 접어 봉투에 넣고, 그 편지를 두 손에 꼭 쥐고 우체통까지 가기를 반나절, 어린 시절의 그 두근대던 마음은 언제 또 느껴볼 수 있을까요.


이 시를 읽고 난 이제부턴, 아마도 지나가다 우체통이 보이면 잠시 서서 기다려 질듯 합니다.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그 사람이 혹시 올지,

그리워하던 그 사람이 우체국 앞에 서 있을지,

행여나 당신이,

가을날 우체국 계단 앞에서 내게 줄 엽서 한 장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지요.


가을입니다.

오늘은 그리운 이에게 안부인사 한 번 적어볼까나요.

잘 지내시지요.

건강하시지요.


세상 모든 우체통에 가득한 그리운 사연이 어서 전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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