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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30. 2021

어머니 - 손기섭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어머니는

그릇을 채우는 것으로

평생을 늙히셨다


때로는 심술에

때로는 주정에

줄줄이 상처만 남은 사발


어둠도 지친 이슥한 밤이면

스스로의 눈물로 채운 사발에서

별을 건져내어

달을 씻어내어


어린 사발들

채우는 것만이

주름을 꽃피우는 보람이더니


의학박사 아들에게도

배 아프다면

소금과 물을 담아 오신다


손기섭 -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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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뉘엿 뉘엿 창틀로 걸칠 즈음에

손기섭 시인의 어머니라는 시를 만났습니다.


그 시 안에서,

줄줄이 상처만 남은 사발을

스스로의 눈물로 채우고

그 안에서 별을 건지고 달을 씻어내고 있는

주름 꽃 가득한 어머니를 봅니다.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가 보입니다.


의사 아들이라도  배 아프다면 소금과 물을 챙겨 온다는 그 어머니는, 나이 들어가는 막내아들 끼니 걱정하는 우리 엄마와 닮았습니다.


세상의 어머니는 다들 그렇게 질그릇 하나 가슴에 심고 사셨겠지요.

이가 빠지고 덜거덕거려도 그렇게 세월을 견딘,

여전히 그 안에서 별을 건져 달을 씻어 우리들 사발에 내어주시며 그렇게 살고 계실 겁니다.


시인의 시구절 한 토막 붓 끝에 묻히며 가슴 뻐근해지는 저녁입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사발이  평안하고 고요하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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