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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2. 2018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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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거리는 태풍의 소식이 저 멀리 남쪽 끝에서부터 들려와 사뭇 조심하는 아침입니다.

지금 보아서는 평온하기만 한 이곳의 하늘 구름도 태풍 전야 인 듯 합니다

방송에선 온통 태풍조심 이야기입니다.

날 궂은 이야기를 하니 하늘 아래 많은 이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자연의 큰 흐름이야 우리가 어찌 거스를 수야 있을지, 그저 할 수 있는 건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안부를 물으며, 얼마전에도 써 보았던 양현근님의 ‘안부가 그리운 날’을 다시 그려봅니다


어쩌면 시인의 말처럼 터진 구름사이로 쏟아져 샛강을 넓히는 비가 올 것 같기에

더 자주 붓이 가고 , 더 자주 떠올려지나 봅니다.


오늘은 이 구절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돌아보면 꿈꾸지 않던 시간들, 꿈꾸지 못하는 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꿈꾸는 일조차 사치였을까

내 꿈이 무엇이었던가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그저 살아왔노라, 살아냈노라 매양 되뇌이던 변명마져도 궁색해질 즈음,

짚고 서 있던 목발마저 낡아 불안마져도 위안이 되고

여전히 설익은 시간은 흩어져 버리면서

빈 손바닥 위로는 바람만이 쏟아져 떨어지며

여전히 이렇게 살아오는 오늘입니다


그래도 살아있음에

이렇게 살아감에

오늘과 같을 내일을 그리고 꿈 꿔보며

비에 젖고, 바람에 버티며

이 또한 살아가는 일이라 위안해봅니다.


그런 시간 시간 사이로

불어오는 비바람 소식 사이로,

그래도 견뎌 내고 이겨 낼 우리임을 기억하기에

그저 건네 보는 건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인사일 겁니다

잘 있느냐고.


여러분 모두들 건강하게 큰 피해없이 이번 태풍이 지나가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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