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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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거리는 태풍의 소식이 저 멀리 남쪽 끝에서부터 들려와 사뭇 조심하는 아침입니다.
지금 보아서는 평온하기만 한 이곳의 하늘 구름도 태풍 전야 인 듯 합니다
방송에선 온통 태풍조심 이야기입니다.
날 궂은 이야기를 하니 하늘 아래 많은 이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자연의 큰 흐름이야 우리가 어찌 거스를 수야 있을지, 그저 할 수 있는 건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안부를 물으며, 얼마전에도 써 보았던 양현근님의 ‘안부가 그리운 날’을 다시 그려봅니다
어쩌면 시인의 말처럼 터진 구름사이로 쏟아져 샛강을 넓히는 비가 올 것 같기에
더 자주 붓이 가고 , 더 자주 떠올려지나 봅니다.
오늘은 이 구절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돌아보면 꿈꾸지 않던 시간들, 꿈꾸지 못하는 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꿈꾸는 일조차 사치였을까
내 꿈이 무엇이었던가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그저 살아왔노라, 살아냈노라 매양 되뇌이던 변명마져도 궁색해질 즈음,
짚고 서 있던 목발마저 낡아 불안마져도 위안이 되고
여전히 설익은 시간은 흩어져 버리면서
빈 손바닥 위로는 바람만이 쏟아져 떨어지며
여전히 이렇게 살아오는 오늘입니다
그래도 살아있음에
이렇게 살아감에
오늘과 같을 내일을 그리고 꿈 꿔보며
비에 젖고, 바람에 버티며
이 또한 살아가는 일이라 위안해봅니다.
그런 시간 시간 사이로
불어오는 비바람 소식 사이로,
그래도 견뎌 내고 이겨 낼 우리임을 기억하기에
그저 건네 보는 건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인사일 겁니다
잘 있느냐고.
여러분 모두들 건강하게 큰 피해없이 이번 태풍이 지나가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