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Aug 23. 2018

부재중 전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지나가는 곳도 있구요.

온통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모습대로 상상을하면  덩치 큰 먹구름이 한 손엔 물 가득한 양동이를, 한 손엔 커다란 바람부채를 들고 그르렁거리며 휘적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입니다.

한번 그려봐야겠네요.


아침에 태풍이니 어쩌니 서둘러 출근하다보니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습니다.

딱히 전화 올 곳 많지않은 캔디폰인지라

그러려니 했더니 오늘따라 전화도 몇 통 오고

급기야 사무실 유선전화로까지 연락이 옵니다.

평소엔 반응도 없던것이 별일이죠.


요즘엔 지갑보다도 휴대폰을 더 소중히들 들고다니니 신체의 일부인가요.

하지만 휴대폰을 떼어 놓고 온 하루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급한 일이야 저렇게 유선 전화로라도 연락이되고, 그러다보니 만지작거리던 손이 여유있어지고, 고개들어 사무실을, 창 밖의 하늘을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손이 비니 세상은 훨씬 더 넓어지더군요


유선전화를 받고 문득, 휴대폰 없던 시절을 생각해 봤습니다.

어릴 적, 집에는 저런 다이얼 돌리는 전화기가 있었지요.

전화가 올때나, 전화를 걸때

'ㅇㅇ이네 집이죠?' 하며 확인하던 시절이지요.

짐짓 혼자 받고싶은 전화를 기다릴때면,

전화기 옆에서 떠날수가 없었죠.

이제나 저제나 하염없이 기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휴대폰과 메신져가 있으니 일초의 기다림도 필요가 없지만 말이죠

그런 기다림의 아날로그 시대였나봅니다.

그 기다리는 동안 상상의 두근거림으로 혼자 설레고,

그 기다리는 동안의 상상으로 몇 권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죠


어쩌면 그 당시의 기다림의 깊이와 진득함은 서로의 감정을 더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을겁니다


우여곡절끝에 다시 손에 휴대폰을 쥐고 지금 이 글을 쓰고있자니, 마치 어린시절 할머니댁에 놀러갔다 돌아온듯 묘한 시간 여행의 느낌이 듭니다.

반나절의 아날로그 감성 경험치고는 꽤 기분 좋은 경험입니다.

손에 쥔 휴대폰에서는 연신 태풍경보니 소식이니 이런 저런 알람이 딩동거립니다.

다 필요한 알람이겠지만,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듯한 세상 같아 슬그머니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 밖을 바라봅니다



그르렁대며 올라오는 태풍이 살짝 마음을 긴장시킵니다.

아무쪼록 큰 피해없이 다들 무사하시길 기원해봅니다 .

오늘밤, 잘 들 대비하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