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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4. 2018

결막염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며칠째

눈이 간지러워

안과를 찾는다

처음보는 젊은 의사에게

눈물을 흘리며 고해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이네요

보속처럼

안약 두 병을 내어주며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의사가 나를 보낸다

속죄 받은 고해자인양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진료비 만 이천원을 내고

병원을 나선다


하늘을 보며

성수 같은

안약 한 방울에

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안약 두 방울에

낫게 하시니

고맙습니다


눈물 없는 삶의 메마른 시간을,

꿈 없는 잠에 취한 몽롱한 새벽을,

뽑아내 버린 휴지 같은 조각난 지나간 세월을,

애써 모른 척 외면하던 내 죄를 깨닫게 해 주는 건

계절마다 재발하는

불치의 알레르기 결막염

내 죄를 사 해 주는 건

만 이천 원어치 은총을 베풀어주는

안과의 젊은 의사


결막염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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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열어본 아침뉴스에서 걱정하던 태풍은 조금씩 수그러져 지나간다 합니다.

밤새 걱정하던거에 비해 큰 피해는 많지 않은듯 하니 다행입니다.

그나마 밤에 내린 빗방울로 앞마당이 촉촉합니다.

한층 누그러진 기온이 마치 가을이 당겨진듯한 착각을 하게 하네요


계절이 바뀌면, 찬 바람이 불면,

여지없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몸의 신호가  바로 알레르기비염이지요.

예전에 어머니들이 비오는걸 다리 쑤시는거로 예보하셨듯, 찬 바람 불어주는건 코 끝이 제일 먼저 눈치챕니다.

싱그런 바람을 코로 한번 들이마시고 나면,

쨍해지던 코가 이내 훌쩍이는게 참으로 놀라운 인체의 신비입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참 번잡스런 증상예요

감기처럼 훌쩍이고

눈 코는 가려워 눈물은 줄줄 흘리니

남들과 대화하기도 영 불편하죠

이런 저런 치료가 있다하는데

어차피 평생 지고 갈 불치병이려니,

계절이 오고가는 예보려니 마음을 접은지 한참 됬습니다.

어쩌면 알레르기 비염은

세월을 감지하는 안테나가 남들보다 예민하게 조금 긴 것일 수도 있겠어요

찬바람이 부니 슬슬 그런 환절기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이 눈에 띄겠지요.

그런분들을 보면,

계절을 먼저 읽어주는 세월의 척후병이려니하고

격려해 보렵니다

동병상련의모습으로 눈물 젖은 하이파이브 한번 해볼까나요


태풍에 살짝 멈칫한 뜨거운 온도를 즐기며

가을을 조금 당겨보는 오늘입니다

어수선했던 태풍의 뒤처리에 바쁘겠지만,

하늘 한번 볼까요

가을이 오겠지요.


세상 모든이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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