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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02. 2021

시절 인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눈에 들어 아끼던 화병이 깨진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작은 화병이지만 첫눈에 맘에 들어 오다가다 눈길을 주며 흐뭇해하던 녀석입니다.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은 것이, 바람 불고 비 오던 날 바람에 떨어져 깨져버려 속상해했었지요.

깨진 화분을 텃밭 구석에 재활용을 하며 '시절 인연'이란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불가 용어에 시절 인연 時節因緣이란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라 합니다.

사람의 일이나 모든 사물의 일이 다 각자의 때가 있는데, 그때가 서로 맞아서 인연이 되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함께 하는 인연의 시절을 갖게 된다 합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있고, 아무리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지요.


그러니 어찌 생각해보면 내 손에, 내 품에 있다고 좋아할 일도, 또 그 반대라 해서 속상할 일도 아닐듯합니다.

서로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된 것이고,

서로의 인연이 거기까지인 것이죠.

만남이 그렇듯, 헤어짐이란 것도 서로의  인연이 거기까지이면 헤어지고 사라지는 것이라니 말이죠.


어쩌면 그 화분과 나의 시절 인연은 그 짧은 찰나였을까 봅니다.

서로의 눈에 들고, 서로의 맘에 들어 가까이 있을 인연은 그만큼이었던 게죠.

시절 인연의 뜻을 헤아려본다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떠나보내고,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림도 그리 가슴 아파할 일도 아닙니다.

서로의 시절 인연이 거기까지 였던 거죠.

어쩌면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마음도 이 시절 인연에 뿌리를 두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의  지금도 저와 함께하는 시절 인연이겠지요.

숱한 세상의 인연 속에서  이 귀한 인연에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인연들이 항상 평화로운 시간 속에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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