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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16. 2021

목화밭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

우리 처음 사랑한 곳도

목화밭이라네

밤하늘에 별을 보며

사랑을 약속하던 곳

그 옛날 목화밭 목화밭


우리들이 헤어진 곳도

목화밭이라네

기약도 없이 헤어진 곳도

목화밭이라네

서로 멀리 헤어져도

서로가 잊지 못한 곳

조그만 목화밭 목화밭

......

목화밭 - 하사와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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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며 기온이 내려갑니다. 내일은 겨울 수준까지 내려간다 하여 부지런히 옥상에서 키우던 어린 꽃들을 집안으로 챙겨봅니다.


그러다 베란다 한편에서 목화송이를 봅니다.

어디선가 받아온 목화 두 송이를 잊고 놓아두었는데,  지금 보니 제법 탐스럽게 솜이 피어 나와 있습니다. 그 모습이 반가워 붓 끝에 얹어보며 흥얼거리다 보니 '목화밭'이라는 옛날 노래가 떠오릅니다.  학창 시절 기타를 치며 자주 흥얼거리던 컨트리풍의 노래였죠.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1년 노래로 되어있어서 순간 의아했습니다. 분명 제가 어릴 적 듣던 노래였는데 말이죠. 조금 더 자세히 찾아보니 하사와 병장이 부른 원곡은 1976년 곡이네요. 어이쿠... 괜히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노래였던가요.


카시미론 솜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마도 그 시절 우리가 덮던 이불의 주 소재는 이런 목화솜이었겠지요.

산업화가 되고, 새로운 소재들이 나오면서 도심에서는 목화를 보기가 쉽지 않아 졌던 기억이 납니다. 무거운 솜이불도 점점 사라집니다. 기억 저 한편에선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불을 펴주던 솜틀집도 생각납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장소이겠지요.

 

요즘의 목화는 솜을 만들어내는 용도라기보단 장식용 꽃 재료 등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꽃을 정리하다 말고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 시간여행이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의 좁은 골목을 지나고,

넓기만 하던 학교 운동장도 달려가고,

그 시절 개구쟁이의 뒤통수도 보며 따라다니다 돌아오니 손에 목화 한송이만 가만히 흔들립니다.


한단지몽에 멍한 머리를, 때 이른 찬바람을 맞으며 정신 차려보는 오후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포근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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