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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29. 2021

짜증 날 땐 짜장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아침부터 사고를 칩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병을 넣다가 스르르 놓친 병이 바닥에 떨어져 퍽 하고 깨집니다. 병 안에 가득 들어있던 오렌지청이며 깨진 유리가 바닥에 퍼집니다.

놀란 마음에 부랴부랴 깨진 유리며 잔해물을 치웁니다.


어느 정도 치우니 정신이 들고나니 그제야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손을 보니 깨진 유리를 치우다 찔렸는지 베인 자국도 있습니다.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려니 갑자기 짜증이 확 납니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니 공연히 더 약이 오르고 화가 납니다.


얼마 전 아내가 하루 종일 일일이 손으로 오렌지 알을 다 까내어 정성 들여 만들어 놓은 오렌지 청이기에 아까움과 미안함이 더  커집니다. 그런 일을 생각하니 화가  더 솟아오릅니다.

짜증 레벨이 한 칸 더 올라갑니다.


겨우 마음을 달래고 앉아 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짜증이란 건 '불쾌한 마음의 상태로, 한 사람의 생각에서 오는 격양, 화 등을 일컫는다. 이 감정은 좌절이나, 노여움, 슬픔과 연결된다. 또한 분노도 역시 직결되어 있다.'라고 되어있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사건 이후 발생한 일련의 제 마음의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짜증 증상의 정상적인 순서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의 마음의 메커니즘은 아직까지는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보니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아닌 걸 위안 삼아 봅니다.


그 마음을 달래려고 붓을 들었다가 문득 이런 노래가 생각납니다.

'짜증 날 땐 짜장면,

우울할 땐 울면,

복잡할 땐 볶음밥...'

예전 어느 개그프로에서 나왔던 노래인 듯한데 이 노래가 생각나니 피식 웃음이 납니다.

어쩌면 중화요리 요식업 단체에서 계획적으로 퍼뜨린 노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러게요.

오늘의 짜증 메커니즘은 확인했으니, 남은 하루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해보면서 오늘 점심은 짜장면이나 먹어보렵니다.

우울하신 분은 울면, 마음이 복잡하신 분들은 볶음밥 드시면서 저와 함께 마음 달래기 동참하실까요.


세상 모든 짜증 나는 마음들의 빠른 안정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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