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Nov 26. 2021

드로푸스의 기억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까맣게 잊고 있던 단어였습니다.

생각할 일도 없는 단어였습니다.

우연히 운전 중 라디오 어느 방송에서, '드로푸스'라는 단어를 듣기 전까진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드로푸스'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저 먼 어린 시절의 어느 한순간이 희미하게 열립니다.

'아. 그래, 그런 사탕이 있었어'


어린 시절, 드로푸스라는 사탕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는 '종합 선물 세트'라는 귀한 박스 안에서 그 글자를 본 적도 있는듯합니다.

작은 다락방과, 어릴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과, 꺼내어 건네주던 사탕과, '드로푸스'라는 단어가 기억 의 저 깊은 곳에서 어렴풋하게  떠오릅니다.


지금 알아보니 '드로프스'는 'drops'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네요. 설탕을 녹이고 과일향을 입혀 떨어뜨려 굳힌 사탕의 종류였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전혀 듣지 못했던 단어라 합니다.

나는 어째서인지 그 단어를 기억하고, 언제부터인지 그 단어를 잊어버립니다.


우연히 들은 단어에서 수십 년 지난 기억들이 스멀스멀 피어납니다.

마치 집안 청소를 하다 우연히 어린 시절의 일기장을 발견한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드로푸스처럼,

어쩌면 내 기억의 서랍 속에는,

지나간 세월의 무게만큼,

지내 온 시절의 깊이만큼,

떠다니던 기억들이 이젠 바닥처럼 굳은 채 깔려 있었나 봅니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겠지요.

그랬던 아이가 있었겠지요.


이제는 모양도 맛도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드로푸스처럼, 그렇게 화석처럼  굳어져 누워있을 내 기억 속의 모든 시절을 잠시 들여다보았던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오늘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드로푸스 #사탕 #추억 #drops

#사노라면 #사는이야기 #손글씨 #캘리그라피 #손그림 #감성에세이 #시  #수묵일러스트 #묵상 #묵상캘리 #김경근

매거진의 이전글 삶을 사노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