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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01. 2021

12월의 시 - 이해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 들이여


12월의 시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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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달력을 넘깁니다.

이제 12월 한 장만이 남아있습니다.

11월의 달력을 넘길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한 해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해는 바뀌어도 코로나는 여전하고, 세상은 여전히 웅성거리며 소란스럽게 지나갑니다.

그저 기대할 것은, 내 마음의 마무리이겠지요.

옛날은 보내고 새 날은 맞이 하면서 그렇게 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까 봅니다.


세상은 우울했지만,

그래도 고마운 시간들은 남아 있었고,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전히 그리운 우정들과,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들은 남아 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이야기처럼,  '고독해도 밝게 빛날 수 있는' 그런 새해를 맞이 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하고 밝고 흥겨운 12월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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