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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9. 2018

소낙비 - 윤동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소낙비 / 윤동주


번개, 뇌성, 왁자지끈 뚜드려

머언 도회지에 낙뢰가 있어만 싶다.


벼룻장 엎어 논 하늘로

살 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진다.


손바닥만한 나의 정원이

마음같이 흐린 호수가 되기 일쑤다.


바람이 팽이처럼 돈다.

나무가 머리를 이루 잡지 못한다.


내 경건한 마음을 모셔 드려

노아 때 하늘을 한 모금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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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조용히 지나갔다고,

이젠 선선한 가을만 기다린다고 중얼대던 우리네 이야기는 역시 성급한 인간들의 이야기였나 봅니다

자연의 섭리는, 자연의 이야기는 항상 우리의 가벼움을 질책합니다.

주말부터 남쪽 북쪽으로 전국이 온통 비 소식입니다.

태풍 온다던 때보다 더 많은 비가 쏟아지네요.

지금은 잠시 소강 상태라는데 오늘 저녁도 조심스레 대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천둥과 벼락이 새삼스럽기도 했습니다

기다리던 비는 이런 모양이었지요

뜨거운 대지를 식혀 주기엔 충분한듯 싶습니다.

하긴 남쪽은 다시 폭염이라니 그리 쏟아진 폭우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쏟아지는 비를 보며 윤동주님의 소낙비를 그려봅니다.

그 시절 동주님의 그 날이 마치 오늘인양

그렇게 그 시절같은 비는 쏟아집니다

번개와 뇌성 속에, 벼룻장 엎어 논 하늘에서

살 같은 비가 살처럼 쏟아짐 바로 그 그림입니다

손바닥만한 내 정원에도 그날처럼 호수가 생기고 바람은 몰아칩니다

마치 세상을 조율해야 할 듯

세상을 씻어내야 할 듯

노아의 그날처럼 쏟아지려는 듯이 그리 소낙비가 쏟아집니다.


세상에 남은 미련과 티끌도

이 바람에 ,이 비에 깨끗이 씼겨가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욕심도 교만도

이 천둥에, 이 번개에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조금은 더 익어진 초록으로,

조금은 더 깨끗해진 하늘로,

조금은 더 차분해진 가슴으로

맞이하는 아침이길 바랍니다

세상 모든이들의 무탈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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