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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30. 2018

서시 - 윤동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 서시


 --------++--+--------------+

매일 밤 되 새기는 기도처럼,

무심결에 중얼거려지고, 언제 읽어도 정겹고 익숙한 윤동주님의 서시를 다시한번 그려봅니다.


봄날의 여린 밤에도, 초록 가득한 여름 밤에도, 하늘 맑은 가을날에도, 검푸르게 시린 겨울 밤에도 , 언제 읽어도 어울리는게 윤동주님의 싯구절들 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별이 밝은 밤엔 저는 습관처럼 윤동주님의 시집을 꺼내 보곤 합니다.

어쩌면, 윤동주 시인님이 바라보던 별을 찾아 보고 픈 마음일까요.


하지만 어제는 억수로 밤 비 쏟아 붇는 날, 이 시를 꺼내 보았습니다.

창밖으로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와. 비를 피하는 새들의 간헐적인 지저귀는 소리,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소리, 그리고 반짝이던 별들조차 비에 젖은 그런 밤에 말이죠.


하루 하루 죽어가는 그 모든 것 안에서

오늘 걸어가는 이 길이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는 부끄러운 마음에

또 하늘을 봅니다.


하늘 아래에 부끄러울 수 있음에

오히려 더 떳떳이 걸어갈 수 있을 거라는 역설에

시인이 보던 별을 마주 할 용기를 내며

주섬주섬 부끄러움을 주머니에 챙겨 넣습니다

채 꺼내 보이지 못한 부끄러움이 세찬 비에라도 씼겨 내려가길 기대하며 오늘도 나의 길을 걸어봅니다.


오르락 내리락 비가 온 곳을 움직입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편안한 시간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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