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묘비를 생각해보면 '누구누구의 묘'라는 궁서체 한자와 그 묘비를 세운 가족들의 이름이 길게 적힌 검은색 묘비만 떠오르긴 합니다.
그런데 짧은 글로 그의 생을 함축적으로 알려주는 묘비명을 적는 일도 제법 많아지고 있나 봅니다.
흔히 우리에게 '우물쭈물하다 보니 내 이럴 줄 알았다'로 알려진 미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실제로는 '오래 버티고 살다 보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라 합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라는 묘비명은 위트가 넘칩니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의 묘비명으로 이 짧은 시를 생각했다 합니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어느 날 아들 딸들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찾아왔을 때, '조금만 참자, 너도 결국은 나처럼 죽을 거야. 그러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착하게 살고 남에게 베풀며 살아라'라고 전해주고 싶은 의미였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