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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31. 2021

한 해의 끝자락에서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세월이 흐르면 단어의 유행도 달라지는가 봅니다.

어릴 적 이맘때에는 세모 (歲暮)라는 단어가 자주 들렸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 단어도 자주 안 쓰는가 봅니다.

세모란 그야말로 한 해가 끝날 무렵. 설을 앞둔 섣달그믐께를 이른다고 하지요.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의 저녁입니다.

딱 세모입니다.

올 해가 어땠는지를 물으면 좋았던 0도 아니고 나빴던 X 도 아니고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세모'인 걸까요.


그렇게 가만히 올 한 해의 일들을 돌아봅니다

좋았던 일들도 많았습니다.

고마운 마음들도 많았습니다.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속상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 하루가 내가 되고

한 달이 우리가 되고

그렇게 일 년이 채워졌습니다.


한 해만큼 익었습니다.

한 해만큼 성숙했습니다.

한 해만큼 마음엔 지혜가 차고

한 해만큼 몸은 경험이 늘었습니다.


그 마음들을 잘 갈무리하여 올 해의 마지막 일기를 채워봅니다.

새해에 펼쳐질 다이어리의 첫 장에는

올해보다 조금은 더 넓어진 마음으로,

올해보다 조금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올해보다 조금은 더 여유로운 손길로,

올해보다 한 번은 더 세상을 돌아보고,

올해보다 한 번은 더 어두운 곳을 바라보고,

그리고 남는 시간엔

올해보다 한 번은 더 나 자신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나와

그런 당신과

그런 우리들이

내년에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평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나와 당신과 우리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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