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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그려진 따뜻한 커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오전 중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집 앞을 몇 번을 쓸어내도 이내 쌓이는 눈에 지쳐, 추워진 몸도 녹일 겸 잠시 집 앞 카페에 들었습니다.

치울 땐 힘들어 보기 싫기만 하던 눈도, 이렇게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카페 창으로 내다보니 참 탐스럽습니다.

같은 눈이 주는 다른 느낌을 경험하는 아침입니다.


오전 시간이라 카페에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나이 지긋하신 두 분의 할머니가 들어오십니다. 카페 안이 조용하여 두 분의 주문하시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난 그, 하트 그려진 커피 주세요'

'아, 라떼 말씀이신가요?

'네..'


카페 라떼는 커피에 우유 스팀을 섞고, 그리고 우유거품으로 요즘엔 하트며 꽃잎등을 그려 내주곤 하지요. 이 카페의 라때가 참 맛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아마 커피의 종류 이름보다는 하트가 그려진 커피로 더 기억에 남으셨던가 봅니다.


주문한 라떼가 나오자 그분의 이야기가 자리 너머로 들려옵니다.

'난 이 커피를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져. '


부지런히 눈을 또 치워야 하기에 그 이후로는 먼저 커피숍을 나왔지만, 그분의 이야기가 내내 마음에 남습니다.

'난 이 커피를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져'


그러게요.

어찌 보면 그분은 참 행복한 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분은 마음이 우울하거나, 피곤할 때, 따뜻한 마음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까페라떼, 아니 '하트가 그려진 커피'를 드시면 되니 말이지요.


눈을 쓸어내고 적당히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에게 나도,

그렇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나도,

하트가 그려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사람일 수 있을까.

내 몸 안의 '하트'가,

누군가의 마음을 덥혀 본 적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나도,

따뜻한 라떼같은 마음을 줄 수 있을까.


하트 같은 마음은 주지 못해도

주차해 놓은 차위에 작은 하트 하나 그려놓아 보는 눈 오는 어느 오전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따뜻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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