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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겨울나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추운 겨울에도 화단의 대나무는 푸른 잎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겨울을 잘 견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시선을 줍니다.


눈이 많이 내리던 어제도 눈을 치우다 잠시 쉬며 대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대나무 잎에 소담히 쌓이는 눈을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우수수 소리가 나며 대나무가 몸을 털어냅니다.

마치 사람이 눈을 털어내듯 쌓인 눈을 털어냅니다.


제 몸에 한껏 눈을 받다가 버틸 무게가 넘으니 눈을 털어내는 것입니다.

털어내지 않으면 쌓이는 눈 무게에 나무가 부러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대나무는 겨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나무는 눈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눈을 털어내는 대나무를 보며 우리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눈 없는 겨울이 없듯, 스트레스 없는 마음이 어디 있을까요.

하루하루 살다 보면 마음엔 무게가 실립니다.

사는 걱정 한 줌,

세상 고민 한 줌,

그리움 두 주먹,

사랑앓이 한 움큼.

나무에 함박눈 쌓이듯 마음에도 그렇게 무게가 실립니다.

그렇게 마음에 짐이 됩니다.

마음이 그렇게 답답하게 눌립니다.


그리 마음이 싣다 싣다 무거울 땐,

그리 마음이 싣다 싣다 버거울 땐,

부르르 털어내야 합니다.

우르르 일어서야 합니다.

마음이 부러지지 않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게,

그렇게 한 번씩은 털어내줘야 할까 봅니다.

그렇게 한 번씩은 쓸어내줘야 할까 봅니다.


저 대나무의 겨울나기처럼, 우리 마음도 이 겨울을 버티면, 어느 볕 좋은 날, 예쁜 꽃을 이야기할 때가 있겠지요.


세상 모든 무거운 마음들의 겨울나기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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