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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막염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며칠째

눈이 간지러워

안과를 찾는다

처음 보는 젊은 의사에게

눈물을 흘리며

고해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이네요

보속처럼

안약 두 병을 내어주며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의사가 나를 보낸다

속죄받은 고해자 인양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진료비 만 이천 원을 내고

병원을 나선다


하늘을 보며

성수를 붓듯

안약 한 방울에

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안약 두 방울로

낫게 하시니

고맙습니다


눈물 없던 삶의 메마른 시간을,

꿈 없는 잠에 취한 몽롱한 새벽을,

뽑아내 버린 휴지처럼

구겨져 지나간 세월을,

애써 모른 척 외면하던 내 죄를

계절마다 깨닫게 해 주는

불치의 알레르기 결막염

네 죄를 사하노라

나를 구원해주는

만 이천 원어치 안약의 은총


오늘도

간지러운

눈물 필요한 세상


결막염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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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쪽 눈이 갑갑해서 안과에 갔더니 눈병이랍니다.

돌아다닌 곳도 별로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에 웬 눈병인가 싶습니다.

약을 처방해주며 한 일주일 갈거라 합니다.

그러던 눈이 어제부터 뻑뻑해지고 눈물도 나고 영 불편합니다.

한쪽 눈이 그러니 운전하기도 불편하고 , 나돌아 다니기도 생활하기가 영 힘듭니다.

혹여나 주변에 옮겨질까 약속도 취소하고, 수시로 소독하고 일회용 장갑도 끼워봅니다.


받아 온 약도 먹고, 안약도 넣어가며 일주일을 기다려 봅니다.

그 정도 걸릴 거라는 이야기지만, 마음 같아선 일주일 만에 싹 낳았으면 좋겠습니다.


찾아보니 '결막염'이란 저 시를 그려본 게 몇 년 전부터이니 아마도 내게 눈병은 계절병 인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을 너무 힘주어 노려봤나 봅니다

세상을 너무 오래 보았나 봅니다.

그저 눈에 힘 풀고

때론 세상에 눈 감으며

그렇게 살아보라는 내 몸의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또 몸이랑 타협하며 그 핑계로 좀 쉬어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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