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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화 - 김소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 - 산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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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은 잔뜩 흐리지만, 오랜만에 날이 포근합니다.

날이 포근한 김에 겨우내 목이 마를 대나무에 물을 주어봅니다. 잔뜩 잎을 말고 있는 대나무들이 갈증의 겨울을 조금만 더 버티어 생명의 봄을 맞이하길 바라봅니다.

물을 주다 보니 화단에는 지난 계절의 흔적으로 마른 가지들만 남아 있습니다.

그 화려한 꽃으로 봄 여름 가을을 하늘거리던 꽃들은 간데없고, 그렇게 가지만으로 기다림의 겨울을 인내하는 화단을 봅니다.


꽃 없는 겨울의 화단을 보며 문득 김소월 님의 산유화를 생각합니다.

갈 봄 여름 없이 산에는 꽃이 피었고,

갈 봄 여름 없이 그 산에 꽃은 졌습니다.

그 산에 다시 꽃이 피어

새들 날아오고

바람 불어주는

산유화 山有花 가 될 때,

세상의 모든 곳에 世有花,

우리의 마음에 心有花로,

모든 곳에 따스한 생명이 가득할 시간을 기대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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