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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취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남취 濫吹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무능한 사람이 재능이 있는 체하는 것이나 또는 실력이 없는 사람이 어떤 지위에 붙어 있는 일을 이르는 말로 쓰이지요.


중국 제(齊) 나라 때에, 남곽이라는 사람이 생황을 불 줄 모르면서도 여러 명이 불 때는 표시가 나지 않아 악사(樂士)들 가운데에 끼어 생활하다가, 한 사람씩 불게 하자 실력이 드러날까 봐 도망하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합니다.


단체 생활이나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그런 사람이 한 둘은 있었습니다. 능력도 없는 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생색만 내고 있지요.

다른 이들에겐 뻔히 보이기도 하는데 짐짓 모른 척입니다.

어디나 그런 이들이 있기는 했었을 겁니다.

그런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쩌면 내가 바로 그런 이였을지도 모르고요.

회사생활을 마치고 나온 지금 돌이켜 보면, 나 또한 그 조직에서 그런 남취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어떤 모임에도 있기는 하더라고요.


그런 이들을 보면 얄미운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무임승차하는 게 괘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또한 살아가는 모습일까요.

언젠가는 스스로 깨달을 때가 오겠지요.

언젠가는 스스로 겪을 때도 있겠지요.

감춰진 것은 드러나고 숨겨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라지요.

언젠가는 드러납니다.

세상에 정의는 희미해졌지만,

세상에 공정은 흐트러지지만,

그래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의 순리는 아직 남아있을 겁니다.


어수선한 세상의 뉴스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고사 한 구절 붓 끝에 묻혀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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