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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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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났다는데 아직도 왜 춥냐며 마음이 투덜댑니다.

아직은 겨울인데도,

일기예보의 온도는 왜 아직도 종일 영하인지 답답합니다.

성급히 풀어헤친 앞섶으로 고집 센 겨울의 바람이 매섭게 들어옵니다.

봄을 기다리는 허튼 마음을 혼내주려는 듯이

한기가 마음까지 파고 들어옵니다.


이런 날은 뜨거운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큰 그릇에서,

뜨거운 국물과 함께 한 젓가락 크게 후루룩 삼켜 올리는,

뜨끈한 장터국수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시인의 말처럼,

잔칫집 같은 세상에서도

어느 한 구석에서

울고 싶은 마음을 삼키는 가슴들과,

울음 참는 뻐근한 양 뺨을 가진 이들과,

속히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뜨거운 장터 국수 한 그릇 마주하고픈 오후입니다.


봄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남은 겨울을 견뎌 봅니다.

좋은 시절이 오리라는 희망으로,

아픔을 견뎌 봅니다.

아직도 꽁꽁 얼어있는 흙밭 아래에서

견디고 뚫고 나올 봄의 새싹을 기다려 봅니다.


세상 모든 외로운 곳의 눈물 자국 가득한 가슴들의 따스한 하루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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