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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작 부려 볼까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설 명절이 지난 휴일입니다.

코로나 시국 이어 예전처럼 가족들과 함께하지는 못해도 조심조심 안부인사 나누는 명절이었을 겁니다.


예전 같으면 명절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따뜻한 술 한잔 나누며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을 텐데 말이지요.


예전부터 좋은 날엔 술 한잔을 나누기도 했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싫어하는 이도 있지만 술 한잔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일은 즐거움 중 하나였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술 부을 작 酌'이라는 한자를 붓 끝에 묻혀 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작 酬酌'이라는 단어는 술잔을 서로 주고받음이라는 의미의 한자어입니다


'술 권할 수 酬 ' 와 '술 부을 작 酌'이 만나 서로 술을 주고받는 모양을 말하는 거죠.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다 보면 둘만의 마음이 통해서일까요, 이 '수작'이란 단어는 나중에 다른 이의 행동을 낮잡아보는 말로 변합니다.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는 말도 결국은 헛 술잔을 주고받으며 일을 꾸미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이렇게 술을 주고받는데 예전에는 술병 안에 얼마나 들어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술을 따를 때 잘 어림잡아 조절해서 따랐지요.

그게 바로 '짐작 斟酌'입니다.


그리 술을 나누다 보면 서로의 주량이 다르니 무작정 권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주량과 분위기를 보며 잔을 권해야겠지요.

그 사람의 주량을 고려해 주는 것, 그게 바로 '참작 參酌'입니다


따라 줄 술의 양도 짐작하고,

상대방의 주량도 참작하여,

얼마나 따라 줄지를 결정해야겠지요.

그리 따라줄 양을 결정하는 것,

바로 '작정 酌定'입니다.

일의 전후 사정을 잘 살펴보고 결정한다는 바로 그 작정입니다.


예전부터 우리 민족은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하더니, 알게 모르게 생활 속 순간순간 마다도 그리 술 한 잔씩 권하며 살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술 문화도 바뀌고 세상도 바뀐 요즘에도 여전히 술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관대한 이유가, 술 권하는 사회였기 때문일까요.

오죽하면 범죄를 판단할 때조차 '정상참작'이라는 '술 부을 작酌'이 들어간 용어로 판결을 할까 말입니다.


저는 술은 잘 못합니다만, 붓으로 술잔은 자주 그립니다.

술이 아닌 따뜻한 평화의 마음을 부어 나누고 싶기 때문일까요.

오늘도 너른 잔 하나 그려 여러분과 나눠볼까 합니다.


우리, 같이 수작 부려 볼까요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고 참작하여,

평화의 마음을 나눌 작정 한 번 할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수작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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