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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Feb 10. 2022

나무학교 - 문정희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나무학교 -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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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따뜻해진 날씨를 느낄 겸 한동안 걷지 못하던 근처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여전히 실개천은 얼어있고 나무는 말라있지만, 길 한편 마른풀 사이로 깨알만한 아기초록들이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부드러워진 공기를 마시며 산책로 중간에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밑에 잠시 쉬어 봅니다.


그 긴 세월을 견디며 무심히 앉아있는 나무를 보며 문정희 님의 나무학교 한 구절을 떠올려 봅니다.


나무에게 배운다 합니다.

해마다 늘어가는 나이,

이제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한답니다.


그러게 말이죠. 그러고 보니 나도 언제부턴가 내 나이가 몇인지 계산을 놓아버렸습니다.

만 나이며, 한국 나이며,  계산하는 방법마다 달라지는 나이 때문에 이젠 나이 계산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쓰지 않아도 병원에선 알아서 나이가 계산이 되고, 관공서 일에도 나이는 알아서 나름대로의 규칙으로 적혀 나옵니다.

그러니 굳이 나이 계산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굳이 내 나이를 내세워야 할 곳도 없고,

나이를 들이밀며 버팅겨야 할 곳도 없습니다.


나무처럼,

세월의 나이는 이제 안으로 새겨야 할까 봅니다.

내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도록,

내 마음이 매일 흐트러지지 않도록,

내 무른 가슴에 새기고 더해서,

안으로 새긴 나이테의 밀도만큼,

지내온 세월을 닮은 울창한 미소와 평화와 행복이

바깥으로 피어나길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단단한 나이테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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