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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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님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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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김용택님의 싯구절을 붓에 적셔봅니다.
먹을 들어 절절한 하늘빛 듬뿍 머금은 섬진강도 뿌려봅니다.

매화꽃 가득하던 그 섬진강은,
피는 꽃, 지는 꽃잎에 찰랑이던 그 섬진강은,
오고 가는 사랑의 서러운 눈물에 마를 일 없는 그 섬진강은,
이 계절엔 어떠할까요.
꽃은 지고, 빛은 부서지고, 꽃 피던 가지마다엔 그리움이 물 올라 있을까요
지는 노을이 번지는 강가엔 오늘도 서러운 그리움이 울고 있을까요.
오늘 같은 하늘빛 눈부시게 부서지는 날엔 그 강에 가고 싶습니다
오늘처럼 가슴 깊이 바람 들어오는 날엔 나도 그 강가에 서서
푸른 댓잎마다 베어 젖어 있는 설운 사랑에 울고 싶습니다.

강가에서 눈물 흘리어,
그 눈물에서 아직도 그의 향기가 난다면,
아직도 비워내야 할 설움이 있다면,
여전히 내 눈에 보이는 건 눈물에 비친 섬진강이겠지요.

계절이 그리하듯, 세월이 그리하듯,
그리움도 퇴색되기에
그리움으로 뜨던 미명의 새벽도,
어둠속에서 그리움만 반짝이던 지난 밤도,
그저 매일 같은 일상이 되어 더 이상 그리움이 그립지 않아지게 되면,
더 이상 누구의 안부도 궁금하지 않은 아침이 되면,
더 이상 길 가 작은 들꽃에서 떠오르는 얼굴이 없게 되면,
그제서야 우리는,
물빛 가득한 섬진강을 온전히 마주하겠지요.
하지만,
더 이상 물가에 비추이는 그리움 없이,
더 이상 푸른 가지에 설움 걸치지 않고,
버석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곳은 섬진강이 아닐겁니다.
눈물에 젖지 않고, 그리움 스며 있지않고,
설움빛 빠진 섬진강이라면
내년 봄에 필 매화꽃엔 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곳의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한 해의 그리움과 설움과 눈물을 짙게 머금어
밀어 올릴 그곳의 단풍빛이 기다려집니다.

하늘빛이 짙어지는 요즘,
오늘 우리는 어느 강가에 서 있을까요.
어떤 물빛이 내 가슴을 적셔줄까요
세상 모든 그리움이 바람결에 그 강가에 가 닿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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