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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19. 2022

아싸! 아내가 외출했습니다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비 오는 토요일입니다.

지난밤부터 촉촉하게 봄비가 내립니다.

햇빛 화창한 휴일 아침도 좋지만, 이렇게 조용하게 시작하는 하늘 낮은 휴일 아침도 좋습니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나 틀어놓고, 가릉 대는 고양이와 게으름 대결을 하고 싶습니다.


아내가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갑니다.

멀리 대구에 지인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러 갑니다. 열차를 타고 다녀와도 저녁 늦게야 도착할 것 같습니다.

비 오는데 조심해서 다녀 오라 주차장까지 나가서 배웅합니다.

현관문을 닫고 들어오는 토요일 아침이 개운해집니다.


'아싸! 오늘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나 봐야짓 !!'


기분이가 좋습니다.

커피 한 잔을 내리고 간단히 스콘 하나 데워서 먹습니다.

'아싸!, 일단 거실 청소만 해놓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 봐야지'


세탁실에 밀린 빨래가 보입니다.

'아싸, 빨래만 돌리고 널어놓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 봐야지'


고양이가 화장실을 다녀오며 박박 신호를 줍니다.

'이그, 고양이 똥만 치우고 넷플릭스 봐야지'


점심때가 됩니다

'으흠, 일단 밥 차려 먹고 넷플릭스 봐야지'


왜 그런지 몸이 나른합니다.

'흠, 잠깐 눈만 붙이고 오늘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 봐야지'


잠깐 눈을 붙이려는데 옥상 화단 생각이 납니다

'아고, 비 왔는데 나무들 한번 돌아보고 와서 넷플릭스 봐야지'


일을 마치고 TV  앞에 앉아 봅니다.

비가 와서 어둑한가 했더니 벌써 저녁입니다

저녁 시간입니다

또 밥을 챙겨 먹고, 잠 다 자고 나온 고양이 밥도 챙겨주고, 이제 정말 일은 다 했습니다. 이제 넷플릭스 볼 시간입니다.

전원을 켜고 넷플릭스 드라마를 골라 플레이를 시킵니다.  새우깡 하나 뜯어 놓고 소파에 삐딱하게 기대앉아 흥미진진한 첫 장면을 봅니다.

순간,

'띠디딕~~ ,

현관문이 열리며 아내가 들어옵니다.

'다녀왔어요~ 오늘 푹 쉬고 있었죠?'


흠...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요.

분명 오늘은 하루 종일 넷플릭스나 보며 뒹굴거리는 아내 없는 비 오는 토요일이었을 텐데요.

아직 하루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떠오르는 불길한 기시감입니다.

 일단 빨래 널고 돌아와 생각해 보겠습니다.

콩쥐 누나와 신데렐라 씨가 같은 가사 동호회 회원인듯한 이 찜찜한 느낌은 뭘까요...


세상 모든 남편들의 자유로운 토요일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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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자유인데 #왜때문에 피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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