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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10. 2018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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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여전히 한낮의 햇볕은 따가웁지만, 심정적인 걸까요, 이젠 견딜 만 합니다

잠깐 그늘에라도 들어가면 살만합니다.

아침에 창밖의 공기는 서늘한 기운마저 느끼게 하고,

제법 바람결의 세기도 단단해지고,

그 바람결에 나무들의 짙기만 하던 초록빛도 조금씩 씻겨 나갑니다.

하늘엔 제법 별들이 반짝이고, 작은 달은 곧 다가올 추석을 기다리며 몸을 불려갑니다


이런 때 입니다.

당신이 생각나는 건.

이런 때 입니다

그리운 이를 그리워하는 건.

더위가 흔들어대어 정신 못 차리던 마음도

바람에 식혀지고, 숨을 쉬게 되면서 이제서야 조금씩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달을 보고

그 안에서 당신을 그립니다.


그런 마음에 바라본 하늘엔 생전 처음 본 것처럼 환한 달빛이 떠 있고,

작은 그리움들은 점점이 별이 되어 하늘에 뿌려집니다

달빛이 곱다.

별빛이 예쁘다.

그 모습을 그려주는 당신의 목소리가 더욱 반갑습니다.


안부를 전한다는 것이 반가운 이유는,

여전히 내가 혼자이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일겁니다.

점점 건조해지기만 하는 듯한 모래알 같은 삭막한 관계의 사막에서,

당신이 건네주는 따스한 안부의 이야기는

내게 큰 위안이 됩니다.

가끔이라도 누군가는 여전히 나를 그리워하고,

가끔이라도 누군가는 여전히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마음은

나에겐 이 계절에 하늘을 올려다 볼 힘이 됩니다.


당신의 안부가 반갑습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반갑습니다

하늘 파란 한 주의 시작.

오늘은 당신께 안부를 먼저 물어볼께요.

'잘 지내시죠?

오늘도 바람이 좋아요

오늘 밤 하늘이 맑아요

수고 많았어요.

항상 그리워합니다. 건강하세요'


세상 모든 그리움들이 서로 안부를 전하는 그런 평화로운 시간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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