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살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 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조용한 일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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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열기가 가라앉으면 세상이 조용해 집니다
하늘도 조용히 혼자 푸르르고
구름도 조용히 흘러가고
단풍도 혼자 조용히 색을 벗습니다
그렇게 조용한 이야기를 건네 주는 가을이 오는가 봅니다.
그런 조용한 계절이어도
조용 할 수 없는 우리 마음은
매양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그런 시간입니다
그러기에 지고가는 묵직한 고민의 기둥은 늘 내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좀처럼 떠나지 않는 걱정거리는 늘 가슴에 얹혀져 답답한 만성 체증이되어 속을 더부룩하게 합니다
그저 숙명처럼 지고가야만 할 것 같은 각자의 십자가이기에
서로 내어줄 팔조차 마땅치 않은 그 때,
말없이 내 손등에 내려앉는 철 이른 낙엽은
그리 내 곁에 있어 줌만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도 없이,
어줍잖은 위로나 응원의 말도 없이,
그저 너의 삶의 무게를 이해한다는 듯,
그저 너의 삶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듯,
그 스스로도 감당하여 떨어진 삶의 무게라는듯이
저 한 몸 얹어진 체온만을 전해주며
조용히, 그저 말없이,
그렇게 가만히 옆에 있어줍니다
그 무심함이, 그 든든함이, 그 존재가
감사한 일입니다
이 조용한 날에 말이죠.
오늘 내 곁엔 누가 ‘같이’있어 주나요
오늘 당신은 누구의 곁을 ‘함께’ 해 주고 있나요.
함께 해주는 당신,
참 감사한 사람입니다
저도 그렇게 당신 옆에 있을까합니다.
세상 모든이들과 함께하는 조용하고 맑은 영혼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