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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12. 2018

세상의 길가 - 김용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내 가난함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배부릅니다


내 야윔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살이찝니다


내 서러운 눈물로 적시는

세상의 어느 길가에서

새벽밥같이 하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김용택 – 세상의 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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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마음의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구절을 요즘 들어 자주 써봅니다.

어쩌면 잔잔히 흐르는 섬진강을 닮은 시인님의 싯구들은

마음이 살랑이는 봄에, 가을에 훨씬 더 어울리는가 봅니다.


내 가난함으로 세상의 어딘가는 배부르고

내 야윔으로 세상의 누군가는 살이 찌고

내 서러운 눈물로 흰밥 같은 하얀 풀꽃이 피어난다 함은

차라리 숭고한 순교자의 삶처럼 보입니다.


세상의 모든 다툼이 각자 자기만의 이익을 생각함에서 시작되고

세상의 모든 편가름이 각자 자기 집단을 위한 욕심에서 시작되고

세상의 모든 혐오가 남보다는 나 먼저 살아가고자 함에서 시작되는

지극히 이기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분주한 이 세상에서

나보다는 다른 이를 먼저 보는 선한 시선은,

나의 야윔보다 다른이의 배부름을 생각함은,

나의 눈물로 피어난는 하얀 풀꽃을 생각함은,

미세 먼지가득한 하늘같던 나의 마음에

경건한 경종을 울리는듯 합니다.

 

마음이 어지러울때 잠깐의 마음의 침잠은,

분주하고 심란한 마음의 먼지를 가라앉혀줍니다.

오래이지 않을 것 같은 요즘의 높고 파란하늘의 시간을 만끽하며,

다가 올 겨울을 생각하며 차분히 내 마음의 이삭을 갈무리 해 봅니다.


세상 모든이들의 하늘빛 같은 평온한 하루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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