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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13. 2018

추일 -박용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나직한

꽈리 부네요


귀에

가득

갈바람 이네요


흩어지는 흩어지는

기적(汽笛)

꽃씨뿐이네요


박용래 – 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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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이제부터 가을이야라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딱히 정해진 계절의 시작은 없습니다.

그저 어느 날 문득,

창문을 넘어오는 바람의 선뜩함에,

밤 하늘 아래 풀벌레 소리의 구성짐에,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나뭇가지에,

나도 모르게 저며 오는 가슴 깊은 곳의 그리움에

우린 가을을 그렇게 시작합니다


박용래 시인님의 추일 (秋日)을 그려봅니다.

가을 바람 살랑거리는 가을 풍경을 그려주는 시네요

담장너머 부는 바람을 꽈리 부는것이라 표현하네요.

지금은 꽈리들을 자주 보진 못합니다

어린 시절 누나들의 어깨 너머로 꽈리 만지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꽈리속을 조심스레 파내고, 입에 넣어 오물거리면 꽉꽉 소리가 나는게 어린 기억에 참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시절인가는 고무로 꽈리 모양을 만들어 문방구에서 팔던 기억까지가 제가 기억하는 꽈리의 마지막입니다.

요즘은 점점 꽈리 볼 일도 없어지고, 꽈리를 부는 걸 아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긴 요즘이야 그런 아날로그 놀이가, 아날로그 감성이 사라져버린지 오래이겠지요.


담 사이로는 그런 꽈리 소리 같은 갈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기적소리 흩어지듯 꽃씨 날려가는 그런 가을을 소품처럼 그려 놓은 시를 보며

덕분에 어린 한 시절 추억해보는 오늘입니다.


가을의 깊은 날, 그리운 추억 한 자락 살며시 꺼내어보는 그런 흐믓한 하루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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