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국화차 - 조향미
찬 가을 한 자락이
여기 환한 유리잔
뜨거운 물 속에서 몸을 푼다
인적 드믄 산길에 짧은 햇살
청아한 풀벌레 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언젠가 어느 별에서 만나
정결하고 선한 영혼이
오랜 세월 제 마음을 여며두었다가
고적한 밤 등불 아래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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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선선한 공기와, 이슬 머금은 빛 바랜 초록과,
높아진 하늘은 영락없이 가을의 그것들입니다.
아침에 내려주는 가을비마져도 제법 어울립니다.
이 가을날에 조향미님의 국화차 한잔을 그려봅니다.
언제인가 광화문 교보글판에도
'찬 가을 한 자락이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라고 줄여서 올라왔던 기억이 납니다
줄여서 적어 올린 싯구도 나름 함축적으로 어울리지요.
가을날의 평화로운 한 순간입니다
투명한 유리잔에 잘 말린 국화 한 송이 넣고
따스한 물을 부으면 옅은 국화빛이 번지고,은은한 향이 올라옵니다.
그 한잔에는
반짝이는 햇살도
풀벌레소리도 함께 녹아든다 합니다.
찻잔속의 국화는 그저 한송이 국화가 아니라
봄날의 희망과 여름의 초록,
가을날의 바람과 겨울의 인내를 꽃잎 하나하나에 담아두었다가
지금 이렇게 한 세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순간의 친구입니다.
조용한 가을,
노란 국화차 한잔 마주하며
지난 시절 이야기 나눌수 있음은
오늘의 감사한 일일겁니다
촉촉히 젖는 오늘,
따스한 국화차 한 잔 하실까요
국화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들어볼까요.
세상 모든 외로운 이들의 따스한 하루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