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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2. 2022

표절 - 도덕적 해이의 시작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 우연히 낯익은 글씨를 발견합니다. 언젠가 제가 썼던 캘리그래피입니다. 반가워서 다시 한번 보는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어딘가 획이 어색하고 글씨가 조금씩 다릅니다.

낙관도 없습니다. 가만히 제 원글과 비교해 보니 아마도 그대로 모사를 해서 다시 쓴 글인듯합니다. 글을 보고 써보는 연습을 하는 일이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자신이 쓴 듯 올려놓는 일은 당황스럽습니다.

어떤 이는 다시 쓰는 수고도 없이 제 글을 낙관만 쏙 빼고는 편집해서 올리는 이도 있습니다.


글씨야 누구나 쓰는 거지 거기 무슨 표절이 있느냐 할 수도 있지만, 캘리그래피는 글과 구도의 창작 과정이라는 고민의 시간이 들어갑니다. 표절은 그 창작의 시간을 아무 노력 없이 날름 빼앗아가 자신의 것으로 해버리는 일이죠.


표절은 그렇게 창작자의 노력을 허망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지금 이리저리 논란이 되다만 국민대학교 논문 표절 재검토 취소이슈가 큰일이라 생각되는 이유는,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서, 그런 결론이 세상에의 도덕적 해이를 촉발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데 있습니다.


힘 있는 자들은 논문을 표절해도 아무 문제 없는데,

그까짓 노래 한 구절 표절하는 게 어때서,

그까짓 소설 한 구절 베껴 쓰는 게 어때서,

그까짓 캘리그래피 내가 썼다 하는 게 어때서... 이렇게 돼버리는 겁니다.

주부가 열심히 차려놓은 밥상을 누가와서 내가 했다고 주장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게되는 겁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를 어느 누가 내가 한 일이라 해도 문제가 안되는겁니다.

그게 바로 도덕적 해이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도덕적 해이는 표절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와 공정을 무너뜨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사회의 존재 기반이 흔들려버리게 되는 거죠.


캘리그래피 표절 하나로 너무 멀리 간 건 아닐 겁니다.

세상의 큰 사고는 그렇게 작은 거짓말 하나로, 작은 결함 하나의 간과로부터 시작되니 말이지요.

모든 이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정당한 결과에 뿌듯한 마음을 느껴보길 기대합니다.


세상 모든 평범한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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