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엽서 - 안도현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엽서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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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던 비가 그치고, 제법 기온이 내려갑니다.
파란 하늘빛도 여름의 하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 저녁 하늘에 철새들의 이른 울음소리가 벌써 들립니다.
그렇게 어김없이 계절은 오나 봅니다.
조금 더 가을이 깊어지면,
산은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은 휘날리겠지요.
그렇게 또 긴 겨울의 아픔을 위로하는 불꽃이 일겠지요.
높은 나무 위에서 세상을 보던 나뭇잎은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간직한 채 낮은 곳으로 내려올 겁니다.
봄날의 바람결에 떠난 그때부터
지난한 여름의 태풍 이야기를,
뜨거운 햇살과 빗줄기의 눈물을,
다시 낮은 곳으로 내려와
제 살을 비비며
땅속으로 스미며
그렇게 세상 이야기를 전해주겠지요.
왜 사랑은 낮은 곳에 있는가를 이야기하며 말이지요.
세상 모든 낮은 곳의 아름다운 사랑들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