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당신 생각을 켜 놓은채 잠이 들었습니다.
가을 - 함민복
-------------------
어린 시절, 겨울은 꽤 추웠던것으로 기억됩니다.
장갑을 끼었어도 눈을 뭉치고나면 장갑사이로 스며드는 한기와,
몇겹씩 껴입은 옷 안으로도 스며들던 한기가 기억납니다.
겨울 특유의 몽글몽글한 냄새가 있었고,
그 냄새로 기억되는 시절도 있습니다.
그렇게 계절을 느낄수 있음은 제겐 커다란 행복입니다.
어느때부터인가 아파트에 살던 시절은,
한 겨울에도 반팔차림으로 거실에서 눈내리는 밖을 바라보고,
한여름에도 에어콘 바람으로 땀을 잊곤 했었죠.
하지만 그리 살던 시간들은 편리함이 주는 고마움속에서도
무색무취의 계절들만이 보였습니다
아파트 숲과는 살짝 떨어진 시골 언저리에 사는 요즘은,
매일 아침, 밤사이에 변한 계절의 변화가 반갑습니다
발에 밟히는 잡초들의 키가 줄어들고,
집앞 돌담으로 거미들이 분주하고,
나무 아래 세워놓은 차 지붕으로는 떨어지는 도토리 숫자가 부쩍 늘어갑니다.
짙던 초록은 조금씩 뮤즈의 머릿결같은 러셋 빛깔로 변해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하겠지요.
이 계절에,
짧은 한 줄로 이 가을을 이야기하는 함민복님의 '가을' 을 써 봅니다.
이 가을은 온통 당신 생각입니다.
코 끝의 선선한 바람결에서도
파란 하늘의 둥근 구름 사이로도
석양의 붉은 노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오리떼들의 울음 뒤로도
깊은 밤, 휘영청 커다란 둥근 달 사이로도
온통 당신 생각 뿐입니다
그러다 지쳐 깜빡 잠이 들때에도
그만 당신생 각을 켜 놓은 채입니다
이 가을은 그런 계절인가봅니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인가 봅니다
그리워하기 좋은 계절인가 봅니다.
이 밤이 이리 밝은것은,
여기저기 켜져있는 그대들의 생각 덕분인가 봅니다
세상의 그리움들이 반짝이는 이 가을에,
모든이들의 따스한 사랑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