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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15. 2022

별 헤는 밤 - 윤동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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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흘러가는 이 즈음에 어울리는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하늘은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나도 하늘의 별들을 헤어봅니다.

아마 나도 그 별들을 다 헤이지 못할 겁니다.

나의 그리움도

나의 사랑도

나의 시간도 아직 그 하늘에 가득 차 있을 테니까요.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시인의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여전히 가득한 가을도 이내 겨울을 담아 오겠지요.

그리고 그 별에도 봄은 다시 오겠지요.


그 별들을 기대하며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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