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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21. 2022

담쟁이 - 도종환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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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옆의 작은 화분에 심어놓은 담쟁이가 제법 길게 늘어집니다.

추위를 견디려나 걱정을 담아 햇빛 잘 드는 곳으로 놓았는데 알게 모르게 조금씩 그 팔을 뻗어나갑니다.

그 담쟁이를 보며, 도종환 님의 담쟁이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단단한 벽을 타고 담쟁이는 넘어갑니다.

모두가 벽이라, 어쩔 수 없는 절망이라 느낄 때,

담쟁이는 느리게 조용하게 꾸준하게 서두르지 않고 올라갑니다.

단단한 벽을 넘어, 절망의 벽을 넘어,  서로의 손을 잡고 담쟁이는 그렇게 담을 넘어갑니다.

담쟁이 잎 하나가 수천 개의 잎을 이끌고 그렇게 넘어갑니다.


뜬금없이 세워지는 벽이 화두가 됩니다

허물어져야 할 벽들 앞으로 벽이 세워집니다.

소통 차단의 벽이,

시선 통제의 벽이,

무례의 벽이 어둠을 만들 때,

벽을 오르는 담쟁이처럼

작은 촛불 하나 밝혀질 겁니다.

그 하나의 촛불이 손에 손을 잡고 수천의 촛불로 어둠을 밝히게 될 겁니다.


세상 모든 어두운 곳에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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