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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01. 2022

12월의 시 - 이해인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이해인 - 12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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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2월입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가 오늘이 12월 첫날임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줍니다.

세상이 어수선하다는 핑계로,

내 발이 무겁다는 핑계로,

철모르는 철부지로 넘어가려던 게으른 마음을 번쩍 정신 들게 하는 12월입니다.


해마다 오늘이면 써 보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입니다만 매번 새로운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의 이야기처럼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기보단 아직 남아있는 시간을 고마워해야겠습니다.

올 한 해도 그렇고

우리네 인생도 그렇고 말이지요.


한 해를 돌아보며 남은 날들을 기대하며 한 글자 붓끝에 얹어 봅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세상 모든 이들의 남은 날들이 평화롭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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